- 테드강연, 아도라스비탁, ‘어른들이 어린이에게서 배울 만한 것들’ 리뷰
서진경
오늘도 아침부터 전쟁이 시작됐다.
40개월 된 딸과 나와의 전쟁이다.
나는 여느 때처럼 딸이 하는 행동과 말에 집중한다-
딸의 존재 자체에 집중하는 시간보다, 감시하는 시간이 언제나 많다.
위험해 보이는 행동, 예의 없어 보이는 말투나 끊임없는 수다,
산만해 보이는 자세, 컴퓨터나 TV에 대한 지나친 집착,
바른 태도로 식사하지 않는 행동, 지나친 고집 등등..
이렇게 단시간에도 내가 딸에 대해 걱정하는 것들을 몇 가지나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또 늘어놓을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글과 말을 빠르게 익혀 나가는 것, 빠릿빠릿한 운동 감각,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그린 그림들, 긴 팔 다리와 날씬한 몸, 풍부한 감정 표현,
어른을 압도하는 논리력(혹은 설득력)과 뚜렷한 주관 등등..
바로, 내가 딸에게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들이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면 놀랍게도, 전부는 아니지만,
내가 가장 걱정하는 것들로 인해
내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것들이 이뤄지고 있기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위험해 보이는 도전들이 균형감이나 운동 감각을 돕고 있고,
끊임없는 말 연습이 한글 실력과 말의 발달을 돕고 있고,
산만하게 구는 동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고 있고,
지나친 고집이 뚜렷한 주관을 만들어 내고 있으며..
쭉 바르게 앉아 식사하지 못하다보니 날씬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정답은..
웃어야 한다. 그것도 마음껏!
그 답을 알려준 것이,
현재 열 두 살인, 신동 아도라스비탁의 테드강연이었다.
10분의 짧은 강연이었지만,
뭔가 나를 꿰뚫고 지나가는 듯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
물론 지금의 나에게는 자녀가 있기 때문에
강연이 가장 먼저 딸아이와의 전쟁과 연결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확장해보면, 아도라스비탁의 강연은 ‘어른과 아이들’의 전쟁,
그것이 끝나고 새 시대가 열려야 한다는 것과 연결된다.
제국주의, 식민지화 세계 전쟁, 죠지 W 부시의 문제는,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지적한 뒤,
안네프랑크, 루비 브리지스, 찰리 심슨처럼
아이들이 세상을 구하려고 한 움직임을 사례로 든 그녀..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유치하다’는 말을 사용하는 것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을 하며 강연을 시작한 아도라스비탁은
대단한 포스를 갖고 있었다.
그녀 역시, 앞선 리뷰에서와 마찬가지로, ‘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줬다.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들,
학교가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억압,
“그건 하지 마.” “이러면 안 돼.” “유치해.”
이런 모든 말들과 생각들이 어린이들이 가지고 있는 무수한 포부와 원대한 가능성을 가로막는
1차적인 장애물이라는 것을, 그녀는 분명히 지적했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제한보다 더 나쁜 것은 성인들은 종종 아이들의 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그녀가 자신의 능력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게 된 과정을 설명했는데,
이 부분을 통해, 아이들의 잠재력을 바라볼 때만큼은
그들을 보호하는 입장이나 유치하게 보는 입장에서 벗어나,
확실하게 성인을 대할 때처럼 존중해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그녀의 부모님은 그녀와 그녀의 언니에게 기대감을 가졌다.
너희가 똑똑하니까 훌륭한 직업을 가지라고 압박한 것이 아니라,
동화책만 읽어주지 않고, 아리스토텔레스나 초기 세균 전투사들에 대해서도
읽어준 것이다. 그녀는 말했다.
“우리도 그 이야기(동화)를 듣기는 했지만, <초기 세균 전사자들> 이 (우리를) 완전히 장악합니다.” 라고.
이처럼, 아이들의 가능성과 수준을 가늠하는 건
순전히 어른들의 딱딱한 잣대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 몸의 내부 구조에 관심이 많은 우리 딸에게
수없이 우리 몸과 관련된 책을 읽어주시는 친정 아빠를 보면서도
저걸 과연 이해할까, 지금 읽어주는 게 도움이 될까, 라고 의심한
나 자신도 함께 반성했다..)
저건 어려울 거야, 그러니까 다섯 살이 되면..
저건 말도 안 되게 복잡한 거야. 그러니까 중학생은 돼야 이해하겠지..
이렇게 다 모르는 게 아이들이니까 무엇이든 일일이 참견해야지..
이건, 그냥 어른들의 잣대이고 걱정일 뿐이다.
그런데 아도라스비탁은 다행히도 그런 걱정이 없는 부모를 만났다.
그래서 네 살 때부터 쓰기를 좋아했고,
여섯 살이었을 때는 엄마에게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가 장착된 노트북을 선물로 받았다.
그 후 그녀는 300개가 넘는 단편 소설을 그 작은 랩탑으로 썼고,
물론 책을 편찬하기도 원했는데, 그 때도 그녀의 부모는 협조적이었다.
그러나 많은 출판사들은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한 규모가 큰 어린이 출판사가 어린이들과는 일하지 않는다고 말한 예를 들며,
“어린이 출판사가 어린이와 일을 하지 않는다?
글쎄요, 당신네 회사는 다독하는 손님을 따돌리고 있네요.” 라고 농담을 하는 그녀!
결국 그녀는 액션 퍼블리싱 (Action Publishing)이라는 출판사를 만나서
책을 내게 되고,, 그 시작이 수많은 연설로 이어져 이렇게 테드 강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아도라스비탁은, 그 출판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도약하는 것, 나를 신용하는 것, 또 내가 해야만 했던 말들을 듣는 것을 택했습니다.” 라고..
어떤 어른들의 작은 결심과 시작이 한 아이를 세상과 확실히 소통하게 한 것이다.
그리고 내 생각엔,, 먼 훗날 바로 이 아이가 세상을 구할 만한
근사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거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학교 수업에서도
선생님과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상호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 세상에서도!또, 한계를 두지 않고 상상하는 것이 익숙한 아이들은,
어떤 영역에서든 어른들이 그어놓은 한계를 뛰어넘는 훌륭한 것들을 만들어내곤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유리 디자인 프로그램을 예로 들기도 했는데,
문득, 아이들의 위대함과, 그 위대함을 보지 못하는 세상의 시선에 마음이 아팠다.
Anyway~, 이 강연에서의 그녀가 한 대부분의 말들은,
그저 당돌하고 똘똘한 꼬마의 말, 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설득력이 있고 논리적이었다.
모든 어른들, 모든 지도자들은-
아이들을 바라볼 때, 더 이상 가르치려고만 해서도 억압하려고만 해서도 안 된다.
배우려고도 해야 한다. ‘함께’ 걸어가는 인격체라고 생각해야 한다.
출판사 Action Publishing처럼, 아도라스비탁의 부모처럼,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하고 싶어 하는 말에 귀 기울이고,
그럼으로써 아이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도약해야 한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같은 시선에서 세상의 문제를 바라봤을 때
많은 문제들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해결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일어나는 전쟁까지도 없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우리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아도라스비탁만큼의 에너지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야겠다.
훗날 세상을 구하고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할 영웅들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는 거다.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이제,
아이들과 매일 반복하는 쓸데없는 전쟁은 끝낼 때다.
초강력 파워를 가진 영웅들과
진실하고 진지한 태도로, 세상에 대해 이야기할 때인 것 같다.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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